피해자 보호 제도에서 신뢰관계인의 역할과 법률상 의미
며칠 전, 법정에서 한 변호인이 재판 중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법률 용어가 바로 '신뢰관계인'입니다. 오늘은 '신뢰관계인' 제도가 어떤 것인지, 왜 필요한지, 실제 생활 속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뢰관계인이란 무엇인가요?
신뢰관계인 제도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피해자나 참고인이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이나 증언을 할 수 있도록, 그 곁에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두는 제도입니다. 법률에서는 이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법정이나 조사실이라는 낯설고 부담스러운 공간에서 혼자 불안에 떨고 있을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로 인해 진술의 진실성과 신뢰성이 높아지고, 피해자 보호라는 법의 목적에도 부합하게 됩니다.
신뢰관계인이 필요한 이유
1.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성범죄 피해자나 아동·장애인 등은 수사나 재판 절차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와 마주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습니다. 이때 곁에 신뢰하는 누군가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2. 원활한 의사소통
심리적 충격이나 장애로 인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뢰관계인은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의 표현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3. 공정한 절차 보장
수사와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절차이지만,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면 진실 규명도 어려워집니다. 신뢰관계인을 통한 보호는 절차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누가 신뢰관계인이 될 수 있을까?
법적으로 신뢰관계인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정해져 있습니다.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등 직계 가족
동거인이나 고용주 등 일상적으로 신뢰를 나누는 사람
피해자가 의지하는 상담사나 교사 등 전문 인력
변호사 등 법률적 조언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정한 사유를 들어 가족 외 인물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피해자와의 신뢰 관계'가 실제로 존재하느냐입니다.
어떤 절차로 신뢰관계인이 동석할 수 있을까?
신뢰관계인의 동석은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동석 신청을 해야 하고, 그 사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신청서에는 동석인의 인적 사항, 피해자와의 관계, 동석 필요 사유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허가 여부는 수사관이나 재판장이 판단하게 됩니다.
단, 신뢰관계인이 절차를 방해하거나 진술을 유도하는 등 공정성을 해칠 경우에는 동석이 중지될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신뢰관계인이 필요한 사례
사례 1: 성폭력 피해를 입은 청소년
중학교 여학생이 학교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경찰 조사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이 학생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었고,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담임교사가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했습니다. 그 결과, 피해 학생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을 할 수 있었고, 수사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사례 2: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 피해자
지적장애를 가진 성인 남성이 폭행 피해를 입고 진술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소 그를 돌보던 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가 신뢰관계인으로 참여해 질문을 쉽게 풀어주고 피해자의 반응을 해석해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사관도 피해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 3: 법정 증언 시의 긴장 완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가해자와 맞서는 법정 증언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법률구조공단의 상담사가 신뢰관계인으로 함께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피해자는 긴장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자신의 상황을 침착하게 진술할 수 있었습니다.
신뢰관계인 제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진술이나 증언 전에 미리 신청: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사전에 신청해 허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뢰관계 입증자료 준비: 피해자와 신뢰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상담 기록, 동거 사실 등)가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인물 선택: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조사나 재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사람이 적합합니다.
누구라도 공정하게
신뢰관계인 제도는 피해자를 위한 법률 시스템의 따뜻한 장치입니다. 법은 단순히 정의를 세우는 수단만이 아니라, 그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