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임죄 폐지’가 화제가 되나? 형사 책임 조정의 쟁점 해설
“그때 그 사건, 기억하시나요?”
2022년 가을, 대기업 A사의 부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회사 자금을 이용해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몰래 도왔다는 이유였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언론은 ‘기업형 배임’에 대한 집중 조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 부회장은 여전히 재판 중인데, 정작 법 자체는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기업인들의 오래된 불만
배임죄는 원래 회사의 돈이나 자산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그 임무를 어기고 손해를 입혔을 때 처벌하는 법입니다. 형법 제356조에 규정되어 있고, 벌금보다는 실형 위주로 처벌되는 강한 조항입니다.
문제는 이 법이 “고의가 아닌 경영상 판단 실수도 형사처벌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면, 나중에 그걸 두고 “배임이다”라고 고소당할 수 있는 구조였던 거죠.
그렇다 보니,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기업가 정신보다 사법 리스크가 더 크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2024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법무부는 형법 전면 개정에 착수했고, 그 대상에 배임죄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경제 형벌 완화”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기업인의 합리적 판단까지 형사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해외 사례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같은 나라들은 배임과 유사한 문제를 대부분 민사로 해결합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손해가 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지, 형사처벌로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 것이죠.
그럼, 정말 없어지는 걸까?
배임죄 폐지 논의가 나온다고 해서 당장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반대 의견도 강력합니다.
시민단체들은 말합니다. “배임죄는 유일하게 재벌·권력형 비리를 처벌할 수 있는 무기다.” 실제로 대기업 총수나 고위 공직자의 부정행위를 처벌할 때 자주 등장한 법 조항이 바로 이 배임죄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인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업자가 몰래 공동 재산을 처분하거나, 부부 중 한 명이 공동명의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팔아버린 경우, 지금은 배임죄로 형사 고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이 폐지되면 민사소송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법은 사람의 삶을 따라가야 합니다
배임죄 폐지 논의는 단순히 기업인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형벌이 너무 과도했는가, 민사로 충분한가, 피해자 보호는 가능한가 등 여러 가치를 저울질하는 일입니다.
물론 제도의 남용은 막아야겠지만, 형법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다루는 도구여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법도 조금씩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