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전자담배 시대의 종언인가? 합성니코틴에 담배사업법이 던지는 메시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무려 37년 만에 담배의 정의가 바뀌었고, 그 핵심에는 '합성니코틴'이 있습니다.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합성니코틴이 이제는 '담배'로 분류되며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용어 수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전자담배 사용자, 소매업자, 정책 입안자까지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합성니코틴, 왜 이제야 규제 대상이 되었나?

합성니코틴은 기존의 연초(담배잎)에서 추출한 니코틴과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된 니코틴을 말합니다. 원래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기준으로 담배를 정의했기 때문에, 연초에서 추출하지 않은 합성니코틴은 법적 담배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합성니코틴 기반 전자담배는 담배소비세, 광고 규제, 판매 제한 등에서 자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공백은 청소년 보호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 높은 유통 구조 덕분에 규제망을 피해 유통됐습니다. 게다가 연간 9천억 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는 정부 추산도 규제 도입의 당위성을 높였습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핵심: "담배의 정의" 확대

이번 개정안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 또는 니코틴(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학물질)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도 법적으로 담배로 간주됩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담배소비세 및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 담배 광고 및 판촉행위 제한

  • 담배소매인 지정제 적용

  • 청소년 판매 금지 및 거리 제한 규정 적용

이러한 조치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되며, 소상공인을 위한 전환 지원 정책도 병행됩니다.


전자담배 업계와 소비자에 미칠 영향

1. 액상 전자담배 가격 인상은 불가피

합성니코틴 제품에도 세금이 부과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액상 전자담배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싼 니코틴"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청소년과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청소년 보호 강화, 흡연 유입 차단 효과 기대

지금까지 합성니코틴 제품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나이 확인 절차도 허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 접근성이 낮아지고, 금연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업계 구조조정 및 유통 질서 개편

담배소매인 지정제가 적용되면 아무 매장에서나 합성니코틴 제품을 팔 수 없게 됩니다. 편의점, 소형 마트, 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일부 소매점은 업종 전환 또는 폐업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려되는 부작용: 유사 니코틴과 규제 회피

법이 바뀌면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미국 등 일부 국가는 법망을 피해 새로운 형태의 니코틴 유도체(유사 니코틴)가 등장했고, 그 안전성이나 유해성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합성니코틴 규제가 본격화되면, 법적으로 담배가 아닌 새로운 화학물질을 활용한 제품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담배의 정의가 바뀌면, 사회도 바뀐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히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건강, 조세, 청소년 보호, 시장 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흡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액상 전자담배의 시대는 이제 과세와 규제를 피할 수 없는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끝이 '종언'일지, 새로운 '진화'일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