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사고, 도로교통법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도심 곳곳에서 전동킥보드를 보는 일은 이제 너무도 흔합니다. 서울 강남이든, 부산 해운대든, 혹은 지방 소도시의 골목 어귀까지. 전동킥보드는 마치 도시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앱 하나만 설치하면 언제든 빌릴 수 있고,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전동킥보드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하거나, 보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행태는 사실상 '무법주행'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전동킥보드와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연 법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전동킥보드는 법적으로 어떤 위치인가요?
전동킥보드는 2021년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됩니다. 이전까지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운전면허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만 16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차도 통행이 원칙이며 보도 주행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만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곳이라면 그 도로를 이용할 수 있고, 헬멧 착용은 의무사항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헬멧을 쓴 사람을 보기 어려울 뿐더러, 보도 위를 시속 25km로 주행하는 킥보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사고, 누구 책임인가요?
법적 판단은 사고의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행자와 전동킥보드가 부딪혔다면, 대부분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책임이 큽니다. 이는 보도 위 주행 자체가 불법이며, 보행자의 보호 의무가 우선되기 때문입니다. 보행자 입장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피할 의무가 없으며,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반면 자동차와 전동킥보드 간의 사고는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원칙적으로 도로에서는 모든 차가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합니다. 전동킥보드가 차로를 역주행하거나 신호를 위반한 경우,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지 못했더라도 일정 부분 전동킥보드 측의 과실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차량은 항상 보행자 및 이륜차 등 취약 교통약자에 대해 더 높은 주의의무를 지니므로, 100% 면책은 어렵습니다.
보험 적용은 어떻게 될까요?
대여 전동킥보드는 대부분 운영사가 단체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보험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보상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특히 운전자 과실이 클 경우, 보험사에서 보상을 거부하거나 일부만 지급할 수 있습니다.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의 경우는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자동차보험처럼 의무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신다면 개인형 이동장치 보험에 가입해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최근에는 소액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 전용 보험 상품도 출시되어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법적 상식
보도 주행은 금지: 보도에서의 주행은 불법이며, 사고 발생 시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헬멧 착용은 의무: 단속 대상이며, 사고 시 과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음주 운전도 처벌: 전동킥보드도 도로교통법상 '차'로 간주되기 때문에 음주 상태에서의 운전은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신호 및 통행 규칙 준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신호, 차로, 통행 방향 등을 지켜야 하며 위반 시 벌금 및 사고 책임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미 생활화된 전동킥보드를 없애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법과 제도를 지금보다 더 촘촘히 정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용자 개개인이 법적 책임과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지키는 것입니다.
모든 교통수단은 이기적인 편의보다 공동의 안전을 우선해야 합니다. 전동킥보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작지만 빠르고, 간편하지만 위험한 이동수단인 만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잃어버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안전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