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점유, 무리없이 해결하는 법률적 대응법
시골 고향집을 다시 찾는 일은 때론 가슴 뭉클한 기억을 안겨주지만, 어떤 경우엔 그리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설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더니 부모님이 물려주신 농지 한켠에 낯선 농막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고, 그곳에서 누군가 제 땅인 양 드나들고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사람은 이웃 주민이 아니고, 본 적도 없는 얼굴이라면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거나 분노하기 전에, 법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땅에 남이 살고 있다? 불법 점유의 의미
누군가 본인의 동의 없이 땅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불법 점유'입니다. 점유란 어떤 물건이나 부동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이 정당한 권원(권리의 근거 없이) 없이 이루어졌다면 불법 점유가 됩니다. 흔히 농지 위에 농막을 설치한 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등기부등본'입니다. 해당 농지의 소유자가 본인으로 등기되어 있는지, 혹은 이전에 임대차 계약이나 사용허가를 해준 사실이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러한 기초 확인 없이 무턱대고 퇴거를 요구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첫걸음은 사실관계 확인부터
현장에 농막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 농막에서 누가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주변 이웃을 통해 언제부터 그랬는지 등의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변호사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 정식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퇴거 요청 의사를 전달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맞서온다면, 더 이상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입니다.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을 도모해야 할 시점입니다.
명도소송, 부동산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
불법 점유자가 자진해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 방법입니다. 명도소송은 부동산의 소유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그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입니다.
명도소송을 위해서는 본인의 소유권을 입증하는 서류(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와 상대방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증거(사진, 영상, 내용증명 발송기록 등)를 준비해야 합니다.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은 점유자의 점유 근거를 살펴보고, 정당한 권한 없이 점유하고 있다면 부동산을 원상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법원 집행관이 직접 나서서 점유자를 퇴거시키고, 농막 등 구조물을 철거하게 됩니다.
간단한 절차? 점유이탈물 회수청구
명도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해당 농지를 자신의 소유로 주장하지 않고 단순히 놓아둔 물건처럼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점유이탈물 회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53조는 소유자가 점유를 잃은 물건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간단한 절차로 농막을 철거하거나, 불법 점유를 해제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불법 점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시효취득 주장, 무시할 수 없는 변수
간혹 불법 점유자가 "나는 20년 넘게 이 땅을 관리하고 있었다"며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민법상 점유자가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소유의 의사로 점유를 지속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권원의 정당성과 사실관계가 입증되어야만 가능하며, 상대방이 아무런 근거 없이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라면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그간 농지에 대한 세금 납부, 관리, 주변 주민들의 인식 등을 근거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해왔다면, 시효취득 주장을 반박할 수 있습니다.
권리를 지키려면 법을 알아야 합니다
부동산은 재산권의 핵심입니다. 자신이 소유한 땅을 누군가 몰래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법적 침해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근차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면 얼마든지 본인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 앞서 법의 절차를 따르십시오. 법은 느려도 반드시 권리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바로 '알아두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