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계약 종료 후 원상복구의무, 법률과 판례가 규정하는 그 ‘범위’

 


왜 원상복구의무가 있는가, 법과 민심의 온도

임대인이 계약이 종료된 뒤 공간을 다시 사용하려고 할 때, 그 공간이 원래 상태로 복구되어 있지 않다면 여러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원상복구의무'는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도 중요한 조항으로 작용합니다. 민법 제654조와 제615조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할 때 '원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다시 말해, 임차인은 본인이 사용한 공간을 계약 당시의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이 원칙에는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합니다.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사용으로 인한 손상이나 마모는 임차인의 책임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원도 여러 차례 "통상의 손모는 임차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그 경우 복구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상회복의 기준, 어디까지가 의무인가

원상복구의 기준은 '임대차가 시작되었을 때의 상태'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약이 끝난 시점에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거나 변경되었는지를 판단하여 복구 범위를 정합니다. 따라서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이나 구조물이 있었다면, 임차인은 이를 철거하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본인이 설치하거나 변경한 부분만을 원상복구하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러한 원칙에도 예외는 존재합니다. 만약 계약서에 ‘인테리어와 장비를 철거해서 반환할 것’이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면, 임차인은 그 내용에 따라 추가적인 복구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그러한 특약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 내용대로 원상복구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토지나 가건물의 임대에서 생기는 원상복구 문제

토지 임대차의 경우, 그 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가건물이나 구조물 등은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철거해야 할 원상복구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처음부터 있었던 시설이라면 그것은 임차인의 책임 범위 밖에 있으며, 계약 시 별도 합의가 없는 한 철거 의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3년 11월 2일자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와 같은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법원이 판단한 주요 사례들

원상복구와 관련된 몇 가지 판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임차인이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이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그 복구 내용이 사소하거나 경미할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전액 보류는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설이나 구조물을 훼손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손해가 임대인의 관리 책임에 기인했거나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손해 발생을 주장하는 측인 임대인이 그 내용을 입증해야 하고, 임차인은 자신의 책임이 없음을 설명해야 합니다.

셋째,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마모는 원상복구 대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생활로 인해 벽지가 바래거나 바닥에 생활 흠집이 생기는 정도는 복구 의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반면, 임차인이 직접 시공한 장판이나 벽체, 천장 구조물 등은 원상복구 대상이 됩니다.


임대차계약서 작성 시 유의할 점

원상복구 의무의 분쟁을 줄이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계약서에 그 범위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차 종료 시 계약 체결 당시의 도배 상태, 바닥 마루 상태로 복구한다”고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마모는 원상복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구도 함께 넣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공간을 개조했을 경우, 그 시설을 철거한 후 반환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반환할 것인지에 대한 조건 역시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임대차 종료 시 개량 시설은 임대인에게 무상 귀속되며, 철거 시에는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식의 문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칙을 알면 분쟁도 줄어든다

원상복구의무는 임대차 계약의 종료와 함께 가장 자주 마주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법률이 정한 기본 원칙과 판례가 쌓아온 해석 기준을 알고 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단 하나, 계약 당시 상태로 돌려주되, 통상의 사용으로 생긴 흔적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사항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