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특별사면, 왜 논란이 될까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사면’이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광복절 특사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은 형을 면제하거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사면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이 행사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뒤따르는 이유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근 조국혁신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국민의힘 송언석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특정 인사의 사면을 요청하는 문자가 포착되며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대통령의 사면제도는 법적인 틀 안에서 작동하는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맥락이 강하게 개입되는 영역입니다. 오늘은 이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왜 논란이 반복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권한, 사면의 절차는?

우리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은 사면, 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재량으로 가능하지만,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사면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법무부에 설치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심사하고,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재하는 구조입니다. 광복절, 설날, 신년 등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사면이 단행되는 것도 이런 절차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사면, 공공의 이익인가 정치적 혜택인가

사면은 원래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형벌권을 거둔다’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법률로 정한 형벌이라도, 사회통합이나 정의 실현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일부러 면제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반복될수록 국민 사이에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왜 어떤 사람은 사면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사면의 기준은 투명한가?
정권에 가까운 인물에게만 유리한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은 정당합니다. 실제로 과거 수많은 정권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업인, 정치인, 공직자들이 반복적으로 사면 대상에 오르내리는 이유입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 요구, 정치와 법의 줄다리기

최근 조국혁신당은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당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사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 송언석 대표가 특정 인사의 사면을 요청하는 문자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물론 국민의힘은 “공식 요청이 아닌 개인적 의견이었다”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에 정치적 입김이 노골적으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면은 국민의 법 감정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특히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포함되었을 경우, 그 영향력은 단순한 형 집행의 유예를 넘어 정권의 정당성과도 연결됩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이 단행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형 집행 면제’ 그 이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면권, 이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사면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최소한 사면의 대상 선정 기준, 사면 심사 회의의 절차, 그리고 대통령의 결재 과정까지 일부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권력을 쥔 이들이 서로 봐주기 식으로 사면을 주고받는 일은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립니다. ‘형벌의 실효성’은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며, 사면이라는 예외가 제도 전체를 뒤흔들게 해선 안 됩니다.


국민을 위한 사면

사면은 법의 마지막 해석이자 권력의 마지막 판단입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이번 논란은 사면제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구를 위한 사면인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국민을 위한 사면’이라는 명확한 답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