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재산분할 여부, 이혼 절차에서 꼭 알아야 할 점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면, 감정의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재산 문제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퇴직연금입니다.
아직 손에 쥔 돈도 아니고, 언젠가 퇴직해야 받을 수 있는 미래의 자산이라서, ‘굳이 나눠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퇴직연금도 혼인 기간 동안 쌓인 만큼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인가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재산분할의 범위를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집, 예금, 자동차 같은 유형 재산뿐 아니라, 아직 수령하지 않은 퇴직연금 같은 장래의 채권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가 아닌,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적립분만이 대상입니다. 결혼 전 근무로 쌓인 금액은 배우자와 무관하므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기준
대법원은 2018년 5월 30일 선고한 판결(2015므680)에서, “퇴직연금은 혼인 중 형성된 부분에 한하여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즉,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이 혼인 전과 후에 걸쳐 적립된 경우, 혼인 전 부분을 빼고 혼인 기간분만 계산합니다.
또한 법원은 퇴직하지 않은 경우에도 현재 적립된 금액을 기준으로 혼인 기간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합니다. 다만, 연금 수령 방식에 따라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전문적인 감정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이해하기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남편 A씨는 총 20년간 근무했고, 퇴직 시 받을 연금의 현재가치는 1억 2천만 원입니다. 혼인 기간은 이 중 12년이었습니다.
혼인 기간 비율은 12/20 = 0.6이므로, 분할 대상 금액은 7천2백만 원입니다.
법원은 이 금액의 절반인 3천6백만 원을 아내 B씨 몫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퇴직연금은 전체 금액이 아니라 ‘혼인 기간 기여분’만 나눕니다.
그리고 계산 과정에서 총 근속연수, 혼인 기간, 현재 평가액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퇴직연금 분할 청구 절차
퇴직연금을 분할받으려면, 이혼 협의나 소송 과정에서 이를 명시해야 합니다. 이혼 확정 후 2년이 지나면 재산분할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시기를 놓치면 권리를 잃게 됩니다.
특히 협의이혼의 경우, 법원에 제출하는 ‘재산분할 협의서’에 퇴직연금 관련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연금 분할과 달리, 퇴직연금은 법적으로 자동 분할이 되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결문이나 공증 문서가 있어야 금융기관이 이를 이행합니다.
판례 3건으로 보는 판단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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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2019드합 사건
남편이 공무원연금을 받는 경우, 혼인 전 근무기간분은 제외하고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만 분할 인정. -
대전가정법원 2021드합 사건
아직 퇴직하지 않은 사기업 직원의 퇴직연금도, 현재 적립금 평가액을 혼인 기간 비율로 계산하여 분할. -
부산가정법원 2020드합 사건
퇴직연금이 연금형으로 수령되는 경우, 장래 예상 총액의 현재가치를 환산하여 분할액 산정.
이 세 판례 모두 ‘혼인 기간 기여분’이라는 공통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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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은 혼인 기간 적립분만 재산분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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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재판이혼 모두, 분할 요구를 반드시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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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비율은 원칙적으로 50:50이지만, 부부의 기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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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수령분은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 도움 필요
정당하고 현명한 선택
퇴직연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재산’이지만, 법적으로는 현재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이혼 절차에서 이를 간과하면, 수년간 함께 쌓아온 경제적 가치의 절반을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준비 중이라면 퇴직연금 규모와 혼인 기간 비율을 먼저 확인하고, 법적 절차에 맞춰 분할 청구를 해야 합니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지만, 재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분할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함께한 세월의 경제적 기록을 공정하게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법과 숫자를 반드시 함께 챙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