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법률적 기반은 충분한가?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특별재판부'입니다. 최근 내란 혐의와 관련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 법 체계 안에서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특별재판부란 무엇인가
특별재판부라는 말은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특정 사건을 전담할 수 있도록 따로 구성된 재판부를 의미합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기존의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권리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특별한 사건이라고 해서 기존 제도 바깥에서 재판부를 임의로 꾸리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과거의 전례와 현재의 차이
하지만 과거에도 이런 특별재판부와 비슷한 형태는 존재한 적이 있습니다. 1948년에는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특별법에 따라 '반민특위 재판부'가 설치된 바 있지요. 현재 제안되고 있는 내란 특별재판부 역시 이런 역사적 전례를 바탕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법 체계도, 헌법의 수준도 다릅니다. 단순히 '과거에도 있었으니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현행 법 체계에서 가능한가
현행 법률에는 '특별재판부'라는 제도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설치하려면 국회에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법원은 그에 따라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법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헌법에도 부합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
예를 들어, 특별재판부의 판사를 누가 임명하느냐, 사건 배당은 어떻게 하느냐, 정치적 중립성은 어떻게 담보하느냐 등의 문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만약 특별법이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오히려 사법 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
또한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는 단순히 법률을 만들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법조계의 검토를 거치며, 무엇보다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법은 효력을 잃게 되니까요.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풀어야 할 문제
결국 특별재판부 설치는 정치적인 결정이자 법률적인 과제입니다. 단순한 여론몰이나 단기적 해결책이 아닌, 우리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사건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른 차분한 제도 설계입니다.
내란 사건처럼 국가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수단이 헌법의 원칙을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특별재판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법적 정당성과 제도적 균형을 고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