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합법화 시대, 의료계의 영역은 좁아질까 넓어질까
최근 국회에서 타투 시술 합법화 법안이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타투는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규정되어 비의료인의 시술은 불법이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 논점은 단순히 찬반이 아니라, 법이 바뀌었을 때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입니다. 특히 의료계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의료계의 ‘독점’이 풀린다는 의미
30년 넘게 타투 시술은 의료계의 울타리 안에 있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의사만 할 수 있는 행위’였지만, 현실에선 수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음지에서 활동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울타리가 열립니다.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예술·패션·산업 영역으로 옮겨가는 순간입니다.
이 변화는 의료계의 전통적인 영역이 좁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타투뿐만 아니라, 피부·미용과 관련된 다른 경계 영역도 비슷한 논리로 개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의료계로선 ‘독점 유지’라는 기득권이 무너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관리자’로의 전환, 새로운 역할 찾기
영역이 줄어드는 것만이 전부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타투 시술을 허용하는 법이 생긴다고 해도, 감염·알레르기·흉터 같은 부작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면 부작용 환자가 병원을 찾는 빈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의료계의 역할이 새로 정립됩니다. 직접 시술하는 ‘독점자’에서, 안전 규칙과 응급대응을 책임지는 **‘관리자’이자 ‘구원자’**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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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종사자 대상 위생·감염 교육 프로그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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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 치료 전문 클리닉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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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질환 진단과 타투 가능 여부 사전 자문
이런 분야는 법이 바뀌어도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입니다.
산업과의 협업 가능성
타투 합법화는 국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일본과 동남아,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타투가 ‘관광 상품’이자 ‘문화 콘텐츠’입니다. 한국이 합법화를 선택하면, **‘K-타투’**가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신흥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계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성형·피부 시술과 타투 디자인을 결합한 융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반영구 화장, 의료용 피부 문신, 흉터 커버 타투 같은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안전을 전제로 한다면, 의료와 타투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위생과 안전 표준, 누가 만들 것인가
법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안전 기준’입니다. 타투 시술의 허용 여부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안전하게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의료계가 이 표준을 선도하면, 법적·사회적 영향력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을 놓고 있으면, 기준은 산업계나 행정기관이 만들고, 의료계는 부작용 환자만 떠안게 됩니다.
반대에서 관리로
타투 합법화는 의료계의 영역을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합니다. 시술 독점이라는 권한은 줄어들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무대가 열립니다.
앞으로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반대’가 아니라 ‘관리’입니다. 안전한 타투 환경을 만들고, 부작용 환자를 구하며,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
그렇게 한다면, 타투 합법화 시대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국민 건강의 최후 보루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