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못받는 상황, 법적 대응 방법은?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의였을 겁니다. “며칠만 빌려줄게”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송금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갚지 않고,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걸 법으로 해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이죠.

많은 분들이 이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합니다. 화가 나서 욕을 하거나, SNS에 폭로하거나, 심지어 직접 찾아가 협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문제를 더 키울 뿐입니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법적 대응 방법을 단계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가족끼리 무슨 종이냐’, ‘친구끼리 믿어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문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차용증이 없으면 빌려준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2. 빌릴 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돈을 빌릴 때부터 이미 변제 의사가 없었던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민사 문제를 넘어 사기죄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채권자가 대응을 늦췄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이 결국 화를 부릅니다. 민사상 채권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그 전에 증거가 사라지고,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면 돈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첫 번째 단계: 증거 확보

법은 증거 싸움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면, 소송에서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 차용증: 날짜, 금액, 이자, 변제기일이 명시된 문서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 계좌이체 내역: ‘차용금’, ‘빌려줌’ 같은 메모가 남아 있으면 강력한 증거입니다.

  • 메신저 대화: “빌려줘” “다음 주에 갚을게” 같은 메시지는 법정에서 인정됩니다.

만약 차용증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씨, 빌려간 500만 원 언제 갚을 건가요?”라고 물어보고, 상대가 “다음 달에 갚을게요”라고 답하면 그것이 증거가 됩니다.


두 번째 단계: 내용증명 보내기

연락이 닿지 않거나 계속 미루는 경우, 다음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입니다. 우체국에서 보낼 수 있는 공식 문서로, ‘돈을 갚으라’는 의사를 명확히 알리고, 나중에 법적 절차에서 이를 입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용증명에는 다음을 포함하세요.

  • 빌려준 금액과 날짜

  • 변제 기한

  • 언제까지 갚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

내용증명만으로 돈을 강제로 받을 수는 없지만, 심리적 압박이 크고, 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됩니다.


세 번째 단계: 지급명령 신청

상대가 여전히 돈을 갚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할 차례입니다. 지급명령은 법원에서 발부하는 명령으로, 채권자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줍니다. 장점은 간단합니다.

  • 소송보다 비용이 저렴합니다.

  • 절차가 빠릅니다.

  • 상대방이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지급명령은 상대방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신청하면 됩니다. 인터넷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하면 집에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단계: 민사소송 제기

상대방이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아예 응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정식 민사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소송에서 승소하면 판결문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강제집행의 근거가 됩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상대방 재산을 압류할 수 있고, 심지어 급여나 부동산을 강제로 경매에 붙일 수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단계: 형사고소는 가능할까?

많은 분들이 “사기죄로 고소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갚을 의사 없이 돈을 빌렸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돈을 못 갚는 것은 형사처벌 사유가 아닙니다. 따라서 “빌릴 때부터 갚을 마음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때만 형사고소를 고려하세요.


감정이 아닌 법으로 대응하라

돈 문제는 감정으로 풀면 더 꼬입니다. 법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이 우리의 재산을 지켜줍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감정적인 대응을 멈추고, 차근차근 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으시길 권합니다. 그 길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며,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