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후 한국 성 정하는 법, 다문화가정 이름 개명 가이드
대한민국은 오랜 역사 동안 단일민족을 강조해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제결혼과 이민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국적법과 민법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특히 귀화 후 이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절차와 깊이 연결된 사안입니다. 오늘은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귀화 후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때 성을 정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는가?
많은 귀화자는 원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죠.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외국식 이름 때문에 불편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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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공식 문서에서 긴 이름을 매번 설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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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학교, 은행 등에서 이름을 부를 때 생기는 낯섦과 이질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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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녀를 둔 경우, 부모와 자녀의 성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행정상의 불편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귀화자들이 한국식 성과 이름을 새로 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법은 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법적 근거: 한국 성 정하기의 출발점
대한민국에서 이름과 성씨를 규율하는 법은 크게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입니다. 민법 제781조는 ‘성과 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가족관계등록법은 그 절차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귀화자가 성을 새로 정하는 것은 흔히 개명 또는 **창성(創姓)**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 법은 외국인이 귀화할 때 기존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도 있고, 새로 한국식 이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식 이름’이라 해서 아무렇게나 지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음 두 가지 기준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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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한국에서 사용되는 성씨여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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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쓰이는 성씨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성씨는 피해야 함
즉, ‘김’, ‘이’, ‘박’과 같은 흔한 성씨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원 심사에서 어색하거나 지나치게 특이한 성은 거절될 수 있습니다.
귀화 시 성씨를 정하는 방법
그럼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1. 국적 취득 단계에서 이름 변경 신청
귀화 심사 과정에서 이름 변경 의사를 밝히면, 출입국·외국인청을 통해 기본적인 검토가 진행됩니다. 이때 보통은 성씨를 새로 정하고, 본인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꿀 기회를 가집니다.
2.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귀화가 허가되면 주민등록과 함께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됩니다. 이때 선택한 성씨가 공식적으로 등록됩니다.
3. 법원 허가가 필요한 경우
귀화 단계에서 성을 정하지 못했거나, 나중에 다시 바꾸고 싶다면 가정법원에 창성허가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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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변경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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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의 사회·문화적 적응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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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씨의 적합성
한국 성씨 선택, 어떤 기준으로 정할까?
법적으로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성씨’라면 거의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몇 가지 기준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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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성씨를 따른다
많은 경우 남편 또는 아내의 성씨를 그대로 선택합니다. 자녀와 동일한 성을 쓰면 행정 절차가 간단해지기 때문입니다. -
본인 이름을 살린다
외국 이름의 발음을 살려 한국식으로 변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Chen’을 ‘천’으로, ‘Nguyen’을 ‘응’으로 바꾸는 식이죠. -
흔히 쓰이는 성씨를 고른다
‘김’, ‘이’, ‘박’, ‘최’ 등 대중적인 성씨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적 적응에 유리하고, 발음이나 표기에서도 혼동이 없습니다.
실무 팁: 이름을 정할 때 주의할 점
이름을 새로 만드는 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닙니다. 한 번 정하면 평생을 써야 하므로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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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자연스러운가?
너무 특이하면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불편이 생깁니다. -
의미가 긍정적인가?
한국 문화에서는 이름의 한자나 의미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법원 심사에서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뜻은 거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자녀와의 관계 고려
자녀가 있다면 동일한 성씨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계획하세요.
문화적 융합
귀화는 단순히 국적을 바꾸는 절차가 아닙니다. 새로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고, 이름은 그 상징입니다. 외국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도 존중할 선택이지만, 한국식 이름을 택하는 것은 문화적 융합의 한 방식입니다.
법은 개인의 선택을 폭넓게 보장하지만, 절차는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귀화 과정에서 성씨를 정하는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오늘 정리한 내용을 참고해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